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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문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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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을 퍼 담아온 허철희 작가의 사진전을 시작합니다.

    • 작성자전고필
    • 등록일05.03.28
    • 조회수2,740




  • 새만금을 퍼 담아온 작가 허철희의 사진전 소식

    제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 또한 다양합니다. 글재주가 있는 사람은 글로서 그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그림으로, 또당 거리며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그들만의 고향을 아로새깁니다.
    작가 허철희, 그는 네모난 앵글에 세상을 담는 재주를 지녔습니다. 그것이 그의 숟가락이 세상에서 버둥거리는 이유입니다. 상업작가로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고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날, 그가 남겨두고 온 고향이 시름속에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고향밖에 없었습니다.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그의 참담함은 언어가  뛰어넘지 못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밥벌이를 위해 들었던 카메라를 자신을 키워왔던 고향에 들이댔습니다. 누구보다 고향의 속살이 지닌 켜를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물때를 맞춰 계절을 찾아 갯벌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춰두고 싶은 가슴 아픔 사연까지도 눈물 머금으며 카메라에 담았던 것입니다.
    부안, 그곳은 내내 항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들만의 항쟁이 아닌 모시조개와 망둥어와 대하와 홍합, 칠면초 같은 바다의 것들과 해창의 산자락까지도 항쟁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허철희의 카메라를 거쳐 가면서 버려진 것들, 묻혀질 뻔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조차 어려운 곳이 존재하게 하였습니다.
    그 바다가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작가는 굳이 캡션을 달지 않으려 합니다.
    눈뜬 자들의 눈이 감기지 않았다면 제 눈으로 보면 안다고 여겼습니다.
    하여 그의 작업은 언어를 담지 않았음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제 막 입을 벌린 모시조개와 동죽의 모습에서 맛이 뿜어내는 물에서 우리는 피어린 절규를 느끼게 됩니다.
    결코 한 순간에 그의 사진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할 여운이 그의 작품 안에 담겨있습니다.
    그가 수많은 시간을 바다에서 지루하게 견뎌내는 까닭은 사진을 보는 내내 우리에게 전달이 됩니다.
    그는 바다를 지켜오지 않았기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영위하지 않았지만 그의 피붙이 형제들이 살아왔던 바다는 마침내 그들의 것 만이 아닌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의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사진 속에서 전달합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긴 길을 따라 북구문화의집에 소금냄새와 함께 모시조개의 웃음 소리와 함께 당도했습니다.
    다시 생명이 움터오는 바다의 수온으로 봄을 정갈하게 담아 놓았습니다.
    그것은 속세의 봄이 아니라 생명이 다시 회생하여 질서를 잡아가는 순환의 절대적 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허철희가 클로즈업한 작품의 바다에 모두 함께 풍덩 빠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전시는 3월 29일부터 4월 8일까지 북구문화의집에서 하고 작가의 설명회는 4월 2일 오후 5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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