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문화의집
말바우 시장이라는 또 다른 생활문화센터_엽서찍는 2479_from 말바우시장
영상 '엽서찍는 2479_from 말바우시장' "4'32"
https://youtu.be/tlLYI6EB5lw
"이십사, 칠십구가 뭐시여?"
마차에 달린 깃발을 본 시장 상인 아주머니가 묻는다.
"말바우(시장) 장날이요."
상인 아주머니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10월, 11월 말바우 시장에서는 조금 생경한 짓(?)이 벌어졌다. 한 청년과 그의 무리들, 우체통과 카메라가 달린 마차, 시장 한복판의 전시. 이것들은 안 그래도 역동적인 시장을 적나라하게 펼쳐놓기도, 어딘가 투박한 시장을 차분하게 담아놓기도 하였다. 문화 활동, 문화 시설, 수혜자, 기획자가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누구인지 애매했다. 결국 말바우시장이 판의 중심이었고, 이곳의 사람들이 문화의 정수였다.
그냥 오래 된 것 ≠ 그냥 멋진 것
실용성 + 대체 불가능성 - 귀찮음 = (가심비)좋은 것
가심비
가성비(價性比)라는 단어가 등장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가심비(價心比)가 떴다. …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즉 ‘마음의 만족도’를 말하는 것이다. 가성비는 가격이 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심비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마음이 만족하는 정도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
브라보마이라이프_강신영 기자
오래 되었으니 무언가 있어 보이고, 오래 남아있으니 무조건 가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혹은 아날로그는 그냥 감성적이라는 되도 않는 감성팔이도 아니다. 철저히 실용성과 대체 불가능성을 바탕에 깔고 귀찮은 것을 없애면서 편리함을 더한 프로젝트이다. 단지 이 프로젝트라는 장치를 적절한 환경에 돌린다. 이것이 엽서찍는 2479 프로젝트이다.
‘생경함’ → ‘감성’의 촉매 → ‘전달력’증대 → ‘공감’
말바우 시장 곳곳에서 인물들의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엽서의 형태로 출력된다. 자기 모습이 담긴 엽서에 누구한테든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도장을 찍는다. 끝으로 그곳에 있는 우체통에 넣는다. 이 모든 과정을 이동하는 마차에서 어떤 사람이 다 해준다. 이 마차는 장날마다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돈다. 어쩌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생경함은 불편함이 아닌 신선함, 그 다음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문화의 꺼리들이 응집되어 있으면서도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는 시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느 해 봄날 나는 보았다. 생이 열리고, 생활이 아름답게 꿈틀대고, 사람이 한 곳으로 걸어가는 꿈의 영토. 그날 아버지의 발은 우시장을 향했고, 손은 소의 고삐로 연결된 줄과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잊을 수 없다. 생전 본 적 없는 물건들이 좌판에 즐비하고 사람은 시루 속의 콩처럼 가득했다. 엿장수의 가위 장단은 모두에게 낯설지 않은 음악이었다. 흥정이 거듭하고 대낮부터 막걸리 사발에 취한 얼굴들이 길을 걸었다. 시골 5일장은 그렇게 사람과 세상을 엮으며 열려 있었다. 생각 건데, 그날 내가 대면한 것은 처음 보는 ‘문화’였다. 사람이 생활로 교류하는 문화, 그 꿈의 영토가 시장이다.
광주드림_정상철 기자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돌며 이상한 짓(?)하는 ‘손수레 사진 우체국’마차 |
숨겨진 욕구를 여운으로 파생시키는 '프로젝트'라는 장치
밖으로 표출되는 욕구와 안에서 잠재되어 있는 욕구
프로젝트에 앞서 이들을 관찰한 결과는 ‘필요 없음’이였다. 표현부터 시작해, 이들의 사투리와 날것의 언어들은 그 자체로 문화의 정수였으며 거나한 술자리가 벌어지는 평상, 각자의 고무다라이 텃밭들은 문화 공간 그 자체였다. 거기에 시장 방송, 소식지, 이들만의 라포는 문화 꺼리들을 꽤나 자생적으로 순환시키는 매개체였다.
이들과 직접 이야기 해본 결과는 ‘행사’였다. 노래자랑이나 초대가수 아니면 둘 다.
결국 엽서찍는 2479는 철수하는 것이 아닌, 노래자랑이나 비싼 가수를 부르는 이벤트가 아닌 이들의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찔러서 여운과 같은 가치를 만들려 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
우리는 자연스럽게 혹은 무조건적으로 편의와 신속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추세에 있어‘아날로그’는 기본적으로 불편과 더딤으로 치부되거나 단순히 감성팔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렇게 ‘아날로그’만의 애틋함과 특별함이라는 가치가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편의와 신속성과는 다른 차원의 가치이기에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힘들다. 메신저나 카카오톡과 같은 단순 의사전달 수단은 편리하고 신속하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꾹꾹 눌러 담는 편지와 각자의 글씨체는 핸드폰 액정의 화소가 담지 못하는 온도가 있다. 인간이기에 전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전달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의사를 전달하고 싶고 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처리하려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말그대로 과정이 생략된다. 그리고 생략되는 과정에서 함께 사라지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만다. 불편하고 더딘 과정에서 '불편'과 '더딘'을 빼고 과정만이 발현할 수 있는 가치만 남긴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한 달에 12번, 뒤 자리수가 2, 4, 7, 9일인 날이면 장터엔 많은 분들이 모입니다. 옥과, 담양 등 주변 시골에서 오는 버스는 만원이 되고, 맛스런 향기가 가득한 시장엔 상인과 손님들의 흥정이 숱하게 보입니다. 그저 흘려보내던 시장의 모습, 화장실을 다녀오면 흔하게 지나쳤던 순간은 하나, 하나 장면이 되어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상인들의 편지는 온기가 되어 제 마음을 데워 주었습니다. 메모리 장치 속 사진들, 메신저에 갇혀버린 우리의 대화가 이토록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사진과 손편지에 묻어있는 그들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년기획단_김영대
기획 혹은 기획하는 사람의 힘
‘천착’
68cm(가로) X 33cm(세로) X 70cm(높이). 손수레 사진 우체국 마차의 크기이다. 일반 차량 트렁크는 물론 경차(레이) 뒷 자석 발판에도 들어간다. 카메라, 조명, 노트북, 포토프린터, 인화지, 엽서킷트, 우표통, 펜통 등 운용할 때 필요한 모든 기자재가 마차 안에 수납된다. 충전 후 5시간 정도 운용할 수 있다.
2018 창의예술학교 <바퀴달린학교> 입학생 모집 (~2018/4/20 (금) 까지)
2018년 무술년 황금개띠해 북구문화의집과 함께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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