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본문

아카이브

북구문화의집

아카이브

  • 소프트웨어를 통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제언

    • 작성자북구문화의집
    • 등록일09.07.03
    • 조회수24,827


  • 소프트웨어를 통한 예술의 거리 활성화 제언

    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 전고필
      

    1. 들어가며

    언제부터인가 광주라는 길 자체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광주 이외의 곳을 쏘다닌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꾸 광주의 길에 이런 것이 있었으면이라든가 아 이것은 광주의 어느 거리와 비슷한 내용을 지니고 있구나 하면서 광주안에 붙잡아 두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리움으로 길을 만든다는 이외수의 말처럼 광주 밖에서 나는 광주의 길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여튼 예술의 거리 활성화 방안에 관한 토론을 하자는 제안을 듣고 모처럼 만에 큰 결심을 한 듯 한 낮에 그 거리를 갔다.

    마침 다른 약속도 있어 거리를 쏘다니다 몇 가게에 들려 사는 얘기도 좀 듣고 자료도 좀 구하고 거리의 표정을 살펴볼 양이었다.

    그렇게 모처럼만에 예술의 거리를 표적으로 하는 길을 나섰다. 순전히 이 토론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든 일정의 체계를 준비한 것이다.

    그날은 오전 열한시부터 밤 아홉시까지 예술의 거리에서 놀았다. 아니 특정한 찻집 한곳과 화방과 책방 그리고 주차장을 겸하고 있는 슈퍼마켓 하나 들렸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어슬렁 거렸다. 무언가 재미난 일들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재미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코 변화가 올 것 같지 않은 그 길은 한겨울의 매운 바람만이 할퀴고 갈뿐이었고 쇼킹한 일도 없었고 관심을 끌만한 일도 없었다.

    그저 대한민국 어느 거리처럼 무표정한 모습 뿐이었다.

    그것은 루미나리에가 반짝이는 밤이 되도 마찬가지였다.

    간혹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이대는 이들 몇이 보였을 뿐이고 그들이 예술의 거리에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말 많았던 루미나리에도 그 말들이 그치고 나니 편안한 듯 보여지기도 했지만 마치 풍장을 당하는 모습이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루미나리에를 설치하고 보차도를 정비했고 거슬러 올라가면 아치, 야외전시대, 문인석, 가로등, 쉼터, 간판, 정원 등을 설치하거나 조성하였지만 표정없는 문인석처럼 그렇게 담담한 공간이었다.

    돌아와 곰곰이 질문해 보았다. 어떻게 해 보라는 제안은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모두가 빛나는 아이디어들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때론 담기도 했을 것이고 때론 수습하지 못했을 것이기도 하다.

    그럼 그 아이디어들이 모여져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자료를 뒤척여 보았다.

    가장 최근에 나왔던 것이 ‘나무를 심는 건축인’ 모임과 ‘광주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의 작업이 ‘예술의 거리 일대 재생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도시공간 디자인론, 공간의 문화정치, 도시재생과 경관 만들기, 도시공간과 시간, 공간의 이해와 인간공학 등의 책을 탐독했다.

    답은 분명 간단한 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가득할 뿐 책속에서 답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나무를 심는 건축인과 광주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이 벌인 작업 안에서 해답의 실마리가 보일 듯 했다.

    거기에는 단순한 아이디어의 제시가 아닌 6개월여 동안 거리를 누비고 직접 이해당사자를 만났던 노고들이 베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중한 땀들을 내 안에 스며들게 하고 다시 활기를 넣을 수 있는 방안을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간 고민의 결과를 거칠게 제언하고자 한다.

      

    2. 예술의 거리 그 풍부한 잠재력

      

    ① 다양한 문화소비를 매개할 상점이 있다.

    예술의 거리군을 형성하는 오래된 가게와 큰 바위 얼굴같은 터주대감들이 있으며, 화랑, 표구점, 목공예소, 찻집, 도자기점 등 생산과 소비를 매개할 수 있는 다양한 상점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② 활기를 부여할 조직이 있다.

    번영회를 시발로 하여 예술의 거리 일대 발전협의회 등의 조직이 있고, 미술협회, 토박이 등 다양한 조직들이 입주해 있어 문화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풍부한 활동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③ 그 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접 이해 당사자인 상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예술인을 비롯하여 그 거리자체가 지닌 풍정 및 관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예술의 거리라는 상징성 자체가 지닌 흡인 효과는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된다.

      

    ④ 배후에 무수한 소비군을 지니고 있다.

    충장로의 상권 및 광주적 상징성, 학원가가 지닌 젊은 유동인구 등이 다양하게 예술의 거리 일대를 둘러싸고 있어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만 준비된다면 어렵지 않게 특화의 거리로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

      

    ⑤ 문화전당의 건립된다.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핵심 시설이 될 문화의 전당과 그 주변 시설들이 길지 않은 시간내에 조성됨으로서 문화발전의 핵심 지구로서 거점화 될 요인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도심의 다양한 시설 및 인적 물적 네트워크의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됨으로 예술의 거리는 전당 발전의 동력원으로서 자기 위치를 가져갈 수 있으며 물품의 조달, 배후 시장, 문화향유자와의 소통 공간 등으로 위상을 가져갈 수 있다.

      

    ⑥ 문화의 트렌드가 변하하고 있다.

    창작자 중심의 예술 관행, 장르에 한정된 예술의 범주에서 이제 통합 및 다원화의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문화향유자들 또한 향유 중심에서 창작과 공유 등으로 성과 창출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학교의 교육도 예술교육 중심에서 문화예술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어 잠재적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⑦ 거리도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

    예술의 거리의 성장과 쇠퇴, 충장로의 성장과 쇠퇴의 이면에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하가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늘 향수를 자극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더불어 거리도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예술의 거리는 140만 광주시민에게 문화를 배우고 소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곳으로 재생을 통한 활성화라는 기대 효과를 지니고 있다.

      

    ⑧ 싼 지가와 유휴공간이 있다.

    거리의 쇠퇴가 가져온 이면에는 도심의 공동화와 이에 수반된 지가의 하락이 있다. 구도심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과거 꿈꾸지 못했던 계획 시설들이 들어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 것이다.

    게다가 몇 개의 주차공간과 공유지, 공립시설 등은 새로운 형태의 예술 발신지를 건립할 수 있는 사적 공적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다.

      

    ⑨ 행정의 관심이 늘 함께 한다.

    우리의 오랜 관습중의 하나는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이다. 예술의 거리 지정이 광주광역시 조례로서 시작되었다면 이후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작업들이 시행되었다. 오늘의 토론회 자리 또한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광주광역시, 동구청, 문화중심도시 추진기획단의 고민이 베여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⑩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가 본격적인 광주의 대표거리이자 전국적으로 특화의 거리로 명명된 것은 전국적으로도 처음있었던 일이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더불어 선점적인 특화거리로 출발함으로서 전국의 다양한 곳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하였으며, 광주 관광의 명소로서 위상을 지니고 있다.

      

      

    3. 예술의 거리가 없는 것들

      

    ① 거리의 주인이 없다.

      

    소유권을 전제로 하자면 건축주와 세입자가 마땅히 주인이지만 어느 누구도 전면에 나서는 것을 본적이 없다.

    번영회와 예술의 거리 발전협의회의 대표를 비롯하여 임직원 분들의 인터뷰나 글들을 주목하여 보니 주체적 관점에서 출발하기 어려운 여러 문제들과 더불어 행정에 대한 요구들이 지속적이었다.

    전국을 대표할 만한 거리이고 역사 또한 가장 오래된 특화 거리니 만큼 당연히 그럴수도 있다 라고 생각되지만 예술의 거리를 배경으로 자생적인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활동하고 있음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지만 주체적인 제언과 실천은 아직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문화전당에 관한 구체안이 정립되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앙초등학교 유치에 관한 부분에서 매우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모습 안에는 분명 내발적인 창조력을 지녔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외부적으로 발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각 건물을 중심으로 한 주인은 있지만 그 거리 전체를 통틀을 만한 주인은 아직 동구청장이나 광주광역시장뿐이었다.

      

    ② 자생적 활동에 힘이 부친다.

      

    예술의 거리인 만큼 1차적인 예술의 창작 활동도 중요하지만 예술을 활용하여 마케팅 활동이 주를 이루는 거리인 만큼 예술의 거리에서는 예술이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고 활용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주체에 거리 일대의 상점과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관조적인 태도이거나 체념에 빠진 이들이 많다.

    이 거리를 지켜왔던 분들의 동력이 소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③ 소리가 없다.

    예술의 거리를 말할 때 서화, 남도창, 도자, 공예품 등이 주를 이뤄 공연, 전시, 판매하는 메인 거리라하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복합장르의 예술이 한곳에 집중하며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행위들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④ 푸르름이 없다.

    가로정비를 하고 루미나리에를 동원했지만 안타깝게도 녹지대는 전무한 실정이다. 하다못해 상가 앞에 내어놓은 화분 조차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재 예술의 거리의 모습이다. 게다가 광주 대부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친수공간은 아예 찾을 길이 없다.

      

    ⑤ 구매자가 없다.

    경제 한파의 요인과 가장 큰 구매시장을 형성했다는 도청과 그 산하 기관들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과 더불어 도심의 팽창과 그로 인한 시장의 분산이 이뤄진 동기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시장의 쇠퇴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었다.

      

    ⑥ 예술창작자들이 없다.

    이 또한 다핵화와 디지털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화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작가들의 풍모가 예술의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⑦ 노는 놈이 없다.

    거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 발자국 소리를 요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원이자 구심점이 될 노는 사람이 부재하다.

      

    ⑧ 활기를 부여할 문화공간이 없다.

    현대를 문화생비자의 시대라고 얘기한다. 예술의 거리에 있는 시설들은 엄밀하게 보자면 대부분 상업시설 중심으로 짜여져 있으며 주목할 만한 파사드를 갖춘 건물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색다른 이미지의 공간, 문화의 체험과 교육 이를 통한 생산 활동 및 소비를 촉매 할 만한 공간이 없다.

      

    ⑨ 내 제주를 내 놓을 사람이 없다.

    예술의 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군이 지닌 특질과 강점이 있음에도 적절한 마당이나 인적 자원 개발책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의 개성있는 문화 창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또한 적극적인 이들이 없는 형편이다.

      

    ⑩ 네트워크가 부재하다.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한 문화중심도시 사업, 대인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각 예술인들의 입주 상황등 예술의 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변화 요인들에 대해 적극 분석하고 관계를 통해 새로 위상을 정립할 만한 관계 관리가 미흡하다.

    아울러 예술의 거리와 더불어 성장했던 다양한 인물군과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아직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4. 예술의 거리 활성화를 위한 개관

      

    어떠한 거리가 활성화 되기위해서는 먼저 그 거리가 상징하는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선결 요건이다. 광주에서 최근에 지정된 특화거리는 대부분 이미 거리의 상징이 도입시설 안에 갖춰진 것에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북구의 향토문화의 거리와 같은 경우는 행정의 정책적 판단이 거리 자체가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위적인 명칭 부여와 도입시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변화 시킨 사례이다.

    예술의 거리의 경우는 당연히 예술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예술의 활성화가 예술의 거리의 활성화와 깊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향수 실태 조사에서 140만 광주시민중에서 연간 미술관 관람 빈도가 5년에 한번 꼴로 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화랑과 미술창작 지원 상업시설이 많은 예술의 거리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현황조사로 눈여겨 볼 지점이다.

    하지만 미술관의 전시관람이 모든 것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각 구단위별로 만들어진 문화시설 등이나 사설 문화시설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향유 및 창작활동은 갈수록 증가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때문에 예술의 거리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거리의 다양한 주체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작업이어야 한다.

    즉, 건물주에게 있어 예술의 거리에서 투자가 고소득을 창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줌으로서 재개발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

    세입 점주에게는 이 공간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고, 예술계의 산업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이 공간에 나오는 것이 창작을 위한 기본 재료를 구입한다는 일차원적인 동기를 떠나서 예술인으로서 삶이 존중받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얻고, 정보를 취득하며, 교육이나 전시, 공연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의사교환을 할 수 있는 매개지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시민들에게는 예술의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문화도시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창작품과 자료 등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예술인이 직접 가르치는 수업에 참여함으로서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구매한 제품이 단순한 형태가 아닌 시대적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기호상품이자 개성있는 상품이라는 점.

    관광객에게는 예향 광주,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자 시시각각 새로운 예술의 향취가 묻어나는 공간,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독특한 특성을 지닌 광주표 문화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 한발짝 움직일 때 마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점.

    행정에서는 예술의 거리를 통해 난제였던 구도심 공동화 부분을 해결하고, 전국 최초의 특화거리였던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함으로서 문화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부족한 광주의 관광지를 확장하며,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지로 부각시킬 수 있으며, 늘 안타까웠던 예술의 거리 입주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는 점.

    문화중심도시추진기획단에서는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단지 전당의 건립 사업만이 아닌 광주가 지닌 내발적인 역량을 극대화 하면서 문화전당이 지닌 기능을 광주지역으로 발신하고 교류할 때 인접 지점인 예술의 거리와 죠닝할 수 있음으로서 사업을 더욱 확장하고 착근할 수 있다는 점.

    이처럼 기본적으로는 각자의 이해관계이면서도 또한 광주라는 도시적 매락에서 보면 공익적인 공간으로서 예술의 거리에 대한 이해와 요구들이 분산되면서도 총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체들의 열망과 실천이 예술의 거리에서는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점주를 중심으로 모여진 예술의 거리일대 발전협의회의 오랜 바람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물론 예술의 거리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변화전략도 필요하지만 말랑말랑한 소프트웨어 전략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 거리가 생동감 있는 거리가 되기 위한 위의 7개 단위가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언하고자 한다.

      

      

    5. 예술의 거리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

      

    ① 조직에 관한 부분

      

    예술의 거리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를 포괄적으로 확산할 필요성이 있다. 앞서 4장에서 제기한 6개의 주체들이 함께 민관산학의 조직화를 통해 내발적 역량을 강화하고 아웃풋을 추출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물론 상권이 중심이 되고 이들의 헌신에 의해 거리가 존속되고 발전되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예술의 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지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색에 궁리를 내놓을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이 거리를 매개로 문화적인 변화활동을 전개하며 거리의 활력을 부여할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울 대학로를 말할 때 우리는 연극인들을 떠올리고, 홍대앞을 얘기할 때 인디문화의 공연과 전시를 떠올린다. 부산영화의 거리는 영화자체가 메인 테마를 전주동문의 거리나 한옥마을은 사라진 옛것들에 대한 그림움이 촉매제가 되며 여기에는 숨어 있는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예술의 거리에 몸 담고 주물럭 거릴 수 있는 골목대장이 자발적으로 탄생하지 않는다면 이제 옹립이라도 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② 행정지원에 관한 부분

    행정은 문화부분과 도시계획, 사회복지, 보건위생, 세무행정 등 다양한 단위에서 현 공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그 동안의 사업이 시설물 정비나 설치 등으로 이뤄지면서 주민들의 협조도 있었지만 반대급부 또한 심심치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보다 유연한 행정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부분은 예컨대 시설 지원이 아닌 예술의 거리를 중심으로 한 활동에 대한 지원 체계로 변환할 필요가 있다.

    문화부에서 운영했던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과 같은 프로그램은 시설의 리모델링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까지 지원했던 것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이 주종을 이뤘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모색되고 실천되는 공간으로 예술의 거리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기금이나 자금 등이 마련되었거나 마련한다면 사람들을 끌어오고 재방문의 동기를 부여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정책 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동구에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충장로 축제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예술의 거리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거리예술 축제로 승화 시켜보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

    거리구성에 있어서도 현재 차량의 무분별한 진입과 주차 등으로 사람중심의 거리가 아닌 뒤섞이고 어지러운 공간 체계를 다시 잡아 주는 것도 행정의 일이다.

    차량 통행의 전면금지가 어렵다면 일정 시간대를 정해주는 구조와 현재 조성된 주차장의 상권을 존중하여 보상하고 공유지를 유휴공간으로 공원화 하거나 향후에 대비하여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리고 공유 공간으로 동구청이 소유한 무등미술관의 경우 미술관적 기능 보다는 대안 공간으로서 가능성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강연, 전시, 공연 등이 가능한 공간, 혹은 문화의집과 같이 예술인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도 모색함이 필요하다.

    향후 다양한 공간들이 공공부분에서 취득 되었을 경우에도 이 공간들이 각 장르의 예술인들의 정보공간이자 쉼터, 창작공간, 전시 및 공연 공간, 교육 공간 등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문화부의 공간문화과 또한 문화적인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국책사업과 결합하는 방식도 행정에서 먼저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 건물에 관한 부분

    앞서 제기했듯 예술의 거리를 상징할 만한 예술적인 건물이 부재한 현실을 넘어서는 방법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본 거리의 대지를 소유한 이들의 대부분이 대형건물을 건립할 정도의 부지를 소유하지 못한 것도 한계이다.

    하지만 현대의 건축술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공간 미학을 담지하고 있다.

    다만 이를 실행할 만한 소유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비용을 통한 고효율을 위해서는 특정한 건물에 대한 파사드를 조형화 할 필요성이 있다.

    시각의 일방적인 압도가 아닌 오래된 건물, 예술과 관련한 상가가 입주해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서 창출해내는 파사드의 예술은 또 다른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통해 흡입력을 높여주며 건물의 가치 또한 상승시킬 수 있으며 무표정한 거리에 리듬과 활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소 어려운 용단이지만 예술과 관련한 부분의 종사자와 사업자들에 대해 세입부분에서 안정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입주금의 할인, 입주기한의 안정화 기반을 조성해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호 상생을 위한 모색만이 현재의 거리가 지닌 낙후성과 쇠락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창작 및 예술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세제의 감면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④ 기록에 관한 부분

    2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예술의 거리를 상징할 만한 기록물을 만나기가 어렵다.

    광주의 자랑스러운 거리이면서도 이 공간을 제대로 탐색하고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무척이나 드물다는 것이 시사하는 것 중의 하나는 모두의 마음속에만 애정이 있는 거리이지 현실화 하는데에는 무척 게을렀다는 증표이다.

    인사동에 가면 인사동 거리 지도가 있고, 전주한옥마을에 가면 한옥마을 지도가 있으며, 대구에 가면 거리문화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있어 골목지도를 이제는 단행본의 골목 아카이브 책으로 승화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를 보여주는 이런 자료들 외에도 이 공간이 길렀던 예술인들에 대한 족적이나 자취를 찾을 길 없는 현 시대의 단면은 매우 슬프고 공허한 일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예술의 거리와 그 거리가 키웠던 사람과 작품을 담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각 장르의 공방이나 갤러리, 공연장 등 예술공간에서는 특정 장르의 예술적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 할 필요성이 있다.

    문화중심도시를 말하는 광주에서 문화와 관련한 자료가 축적된 특장있는 공간이 거의 부재한 현실속에서 이러한 부분을 연구하고 계승할 미래세대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는 안되며, 이 부분에 가장 접근하기 수월한 곳이 바로 예술의 거리 일원이기 때문이다.

      

    ⑤ 이미지의 관리에 관한 것

    일반적인 이미지가 상품의 디자인에서 결정되어 진다면 예술의 거리에서는 외양적인 이미지 뿐만 아니라 내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자를 통해 통합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 제기하고 싶은 이미지는 그 거리에 가면... 무언가 만날 수 있다. 무언가 일어날 것이다. 무언가가 쌓여가고 있다. 재미가 있다. 카메라가 쉬지 못한다. 무엇을 배울 수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너무 좋아한다. 내 아지트가 있다 등의 기대감을 부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케팅에서 예술의 거리가 네이밍 전략에서 선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면 그 다음이 뭔데 라고 물었을 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이어져야 한다. 소위 프로모션이라 칭하는 것들. 늘 끊임없이 이뤄지는 재미난 것들이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어야 하고 그것이 확인될 수 있는 정례화된 프로그램의 배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예술의 거리를 구성하는 이미지이어야 한다.

    액자나 쇼윈도 안에 굳어져 있는 제품의 이미지는 다른 거리 바로 곁 지하상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아니 충장로나 지하상가의 쇼윈도는 시시각각 그 옷을 갈아입는데 예술의 거리에서는 오히려 늘 그대로 굳어져 있다.

    그 이미지는 모든 상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대적인 흐름과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영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전략이 확대되면 예술의 거리 전체를 통합하는 CI 전략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로 확장할 것이다.

      

    ⑥ 네트워크에 관한 부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기대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예술의 거리를 지탱하는 기반은 예술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예술가들의 창작에 의존하고 있는 바가 크다.

    이런 예술인들의 활동에 활기를 부여해줄 방안이 예술의 거리가 주체가 되어 그 동안 몇 번이나 시도되었을까 찾아보면 좀체 찾기 어렵다.

    물론 주체 자체간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들이 개별화 되어 진행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인들의 속성상 개인화 경향이 높다고 하지만 공동체적인 일들이나 공공적인 일들에 있어서는 조직이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다.

    이러한 예술인과 예술의 거리 주체들과의 협업 네크워크는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건축인이 자신의 수익과 무관한 예술의 거리 재생 프로젝트에 선뜻 어려운 자금을 마련하고 후배 건축인들의 아이디어를 예술의 거리 일대 발전협의회와 더불어 제공한 것은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축 예술인으로서 안타까움 그리고 현실의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예술의 힘에 대한 열정을 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공적 담론과 공익적 활동이 전국의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각 조직의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공공미술이 그렇고, 거리 디자인이 그렇고, 아카이브 작업이 그렇고, 시장 활성화 사업이 그러하며, 문화예술교육 사업 또한 마찬가지로 조직 차원에서 이뤄진다.

    지금의 발전협의회는 그 액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업주체의 이익을 위한 단체로 파악될 수 있는 여지들이 많다.

    때문에 다양한 공익주체의 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예술창작자 뿐만 아니라 문화를 매개로 활동하는 단체, 문화시설, 문화생산업체, 전라도 닷컴과 같은 문화메거진, 언론 및 방송 등과 작은 규모의 시민 커뮤니티와도 연대하여 함께 상생 발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많은 예술인들이 대인시장에 둥지를 틀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예술의 거리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눠보고 중장기적인 사업들을 구상하는 것도 네트워크 사업중의 하나 아닌가.

    그리고...

    [출처] 광주 예술의 거리 소프트웨어를 통한 활성화 방안|작성자 길너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