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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문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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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왕국 제주에 오름

    • 작성자북구문화의집
    • 등록일08.07.07
    • 조회수1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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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국토는 한가롭다. 하지만 이 시점은 지상의 뭇 생명들이 선한 자기색깔을 드러내 사진찍는 이, 생태연구자, 호젓한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가장 바쁜 기간이다.
    봄의 연초록을 더욱 새파랗게 성장시킨 장마철, 시린 숲에서 사람들은 일단멈춤이다.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이런 숲에 내리는 비는 여행길에 임계점이다.

    생존의 전략을 지닌 식물들은 생태계의 지존이라는 사람들의 속성을 가장 잘 아는 존재이다. 인적없는 숲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야단법석이 인다. 식물이 꽃을 가장 많이 피우는 시점이 지금부터 8월까지다.
    북구문화의집에서는 6월 마지막주말 장마철이라는 강점을 토대로 생태관광을 떠나자구 제주행 비행기에 33명이 몸을 실었다. 일기예보는 60-100mm 정도의 비가 내릴 예정이라지만 그 예보 신뢰하지 않았다.(사실 주최하는 측에서는 마음을 졸입니다. 안전사고, 무탈한 여행 등에)

    해마다 장마전선 북상중이라면서 마른하늘만 보아야했던 여행사에게 기상청은 오랜 넘어야 할 벽이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본지 20년이다.
    예상대로 아침에만 비가 제주 건천에 겨우 흘러갈 정도까지 왔고 오후부터는 게이기 시작했다. 함께한 분들에게 오늘 우리는 제주에 젖어 버리자고 하면서도 막상 첫 코스를 제주 민속 자연사 박물관으로 변경했다. 비를 피하면서도 이번 여행의 주제로 정한 생태여행의 개관을 종합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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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작한 두 번째 코스는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요한 소금을 생산하는 제주만의 공간을 찾는 것이었다.
    구엄 마을 앞 바다에서 제주사람 전체를 부양하진 못하지만 바다의 조건과 태양의 조건, 바위와 모래의 조건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살아왔던 생태과학의 현장을 만났다. 그리고 크게 네 개의 지구로 구성되었다고 말하는 곶자왈 지형이 생성한 천연난대림을 만났다. 납읍 금산공원으로 명명된 공간에 있는 식생은 여미지식물원이나 외도 보타닉 가든과 같은 공간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인공의 힘에서 느껴지는 휴머니즘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한계가 극명했다. 곶자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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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를 이어 일제의 잔혹한 침략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 가마오름의 제주 평화 박물관을 찾았다.
    오름의 중간에 물경 2Km의 땅굴을 파고 이곳을 항전의 기지로 만든 일제, 그들의 광분에 조선인들의 노역은 처참하여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오욕의 한이 오름의 허리에 그대로 고여 이제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기필코 또 반복된다는 것을 오늘도 촛불속에서 배우고 있음이 상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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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길을 잡은 것은 오설록다원.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일궈낸 것이 차 맛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차 맛보다 더 맛난 것은 운무 가득한 녹차밭 풍경이었다.
    1차는 경작이 우선이지만 그 자체가 지닌 경관미를 감상하는 이들이 찾게 되면 이를 3차산업과 연결짓는 이른바 경관농업의 현장이 이곳 제주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대기업답게 보성보다 훨씬 마케팅에 능숙하면서.
    테마를 생태에 두면서도 해찰을 한다. 길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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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느리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첫번째로 산수국이 밀생한 곳을 찾았다.
    측백나무 가로수가 사열하는 그곳 1112번 지방도.
    차 한 대 제대로 주차시킬 틈이 없으면서 열병식을 하는 나무의 풍경은 그야말로 차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묘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다.

    그 길에 멈추고 싶은 생각을 가진지 20년. 이제 처음 그 길에 주인이 되어 보았다.
    가로수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는 형형색색의 산수국과 산초나무, 천남성 등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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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정도 가로수길과 주변 중산간지대의 식생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다음 길을 택했다. 용눈이 오름이다.
    세 개의 분화구가 언덕처럼 이어진 그곳은 고인이 되신 겔러리 두모악의 “ 故 김영갑”님의 화두와 같은 공간이다. 완만함과 급경한 것이 주는 변화무쌍함은 그 누구도 다 앵글에 엮을 수 없는 난공불락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다랑쉬오름과 아끈 다랑쉬오름, 한라산을 바라보며 용의 눈처럼 생겼다는 그곳에서 우리는 제주 360여 오름중에서 가장 빛나는 오름 하나와 바람의 왕국 제주를 또 기억하였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목재계단으로 길이난 물영아리였다. 백록담처럼 거대한 오름 안에 하늘 호수를 머금고 있는 그곳에도 물이 있으면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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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떠났을 때에는 돌을 주제로 해서 돌았었고 그 전해에는 신화를 주제로 삼고 떠났고 3년전에는 제주의 역사를 주제로 떠났었다.
    수백여차례를 떠난 제주지만 아직도 나는 또 가보지 않은 길 너머를 그리워하며 1박2일을 발자국을 거둬왔다. 다음에는 동굴만을 찾아갈 것인지, 각 마을에 있는 당만 찾을 것인지, 숲만 찾을 것인지, 물이 있는 오름만 갈 것인지, 계곡만 갈 것인지. 해수욕장만 찾을 것인지 상념만이 헛발질에 내달린 신발처럼 부웅 뜬채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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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산님의 댓글

김현산 작성일

금산공원의 숲속다리는 너무 멋졌어요. 비행기에서 본 제주도의 한라산은 구름에 덮여 있어서 너무너무 멋졌어요. 여러 선생님들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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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님의 댓글

이한성 작성일

선생님 여행중에 많이 설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영아리 오름의 계단은 무척 힘들었지만 <br />
재미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