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문화의집
2018 문흥동네 초딩수공업_첫째 날
아이들에게 아직 살아있는 여러 가지 예민함.
그 중에서도 공간에 대한 예민함을 자극한다.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 매일 접하는 주변의 공간들.
이곳 들이 새로운 세계관으로 다가온다.
테트리스나 벽돌깨기 같은 과거의 전자오락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단순 시간 때우기나 심심풀이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핸드폰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몰입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다. 그 요소들 중에 굵직한 하나가 바로 게임 속‘세계관’이다.
트리스트람의 교회 아래에서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가 용감한 용사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제 그 용사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어둠의 방랑자는 성역의 세계를 배회하며 지나가는 자리마다 죽음과 파괴를 남깁니다. 인류의 영웅으로서, 여러분은 디아블로의 악마 형제를 추종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며, 어둠의 방랑자가 끔찍한 운명을 현실로 옮기기 전에 막아내야 합니다.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Ⅱ’의 메인 문구_블리자드
공포의 군주, 용감한 용사, 어둠의 방랑자, 인류의 영웅, 악마 형제와 같은 ‘인물 혹은 역할’
트리스트람의 교회, 성역의 세계와 같은 ‘공간’
공포의 군주가 무릎을 꿇고, 용사는 사라지고, 어둠의 방랑자는 죽음과 파괴를 남긴다는 ‘상황’
아이들은 이러한 세계관에 환장한다. 공주 옷을 입으면 공주가 되어버리고, 아지트를 만들면 그곳은 저들 세상이다. 마땅한 소품하나 없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역할놀이에 완전히 심취하기도 한다.
초딩수공업은 이러한 ‘세계관’을 통해 아이들의 욕구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리고 초딩수공업 첫째 날은 이러한 세계관 중‘공간’을 아이들에게 들이대고 있다.
문화근린공원, 소망 어린이 공원, 철쭉 어린이 공원, 느티나무 어린이공원.......
문흥동에만 크고 작은 공원이 15개가 넘는다. 학교 가는 길이나 학원 가는 길 혹은 자주 가는 마트 옆이나 문방구 앞. 어쩌면 아이들에게 그곳은 단순히 어디로 가는 지름길처럼 밋밋하고 매력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공원의 매력이나 중요성, 필요성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잠자코 듣고 있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공원의 매력을 설파하는 것, 공원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
이런 것 말고 가만히 있는 공원에 세계관을 부여한다.
‘우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우리가 직접 만든다.’
‘내가 만든 내 탁구채는 온 세상 하나뿐이다.’
‘업그레이드 하고 꾸며서 계속 더 좋게 만든다.’
‘이번에는 탁구채, 다음에는 뭘 만들까?’
‘내가 문흥동 초딩수공업 장인이 된다.’
이 모든 세계관의 중심은 수공업이고, 수공업의 재료를 구하는 곳이 공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순간, 아이들에게 공원은 최고의 재료를 구하는 게임 속 던전이나 정글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아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의 고정된 개념들을 새로이 매개한다. 이러한 인지나 사고의 시작은 아이들에게 어떠한 방식의 다양한 연쇄적 확장으로 증폭될지 아무도 모른다.
애들이 재료를 너무 빨리 찾아버렸다. 문화의집으로 복귀! |
어떠한 아이들이 핸드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에 몰입한다. 초집중 상태로 손가락을 움직여 액정이나 키보드를 누른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가지가 뻗힐지는 잘 모르겠다.
10명의 아이들이 초딩수공업에 몰입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 장난감의 재료를 구하러 공원을 뒤지고 다닌다. 이제 이 아이들에게 ‘동네의 작은 공원’들은 더 이상 ‘학원가는 지름길’만이 아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 매일 접하는 주변의 공간들이 새로운 세계관으로 다가온다.
초딩수공업의 첫째 날을 마쳤다. 옷에 뭍은 톱밥이 땀과 섞여 잘 털어지지 않는다. 이 10명의 아이들은 앞으로 이어질 4번의 탁구채 만들기와 또 다른 초딩수공업에서 몸으로 부대낄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앞으로 자라면서 쌓아갈 엄청난 것들의 토대가 될 지평을 넓히고 있다.
글, 구성 북구문화의집_김희승
2018 북구문화의집안의 공유가게 문산상회 점주OT (2018. 05. 11. 금)
푸성귀 無印良品店 무인양품점 With 문산상회 1년 돌아보기 / 북구문화의집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