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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문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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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문종 모내기 퍼포먼스

    • 작성자북구문화의집
    • 등록일17.06.27
    • 조회수613
  • 

    일시: 2017년 6월 10일(토) 오전 9시

    장소: 담양군 수북면 병풍산 아래 대밤리1구 송정길 62-8 송정마을회관 근처 논


    

    기계 모가 손 모만 할랍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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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내기를 한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논을 둘러보는데 모는 한 뼘은 더 자라 있었다.

    모를 낼 때만해도 오랜만에 하는 모내기 반신반의 했던 것이 이제 논은 녹색계열로 서두르고 있었다. 며칠 상관이지만 오뉴월 하루 볕이 얼마라고 후발주자인 손모가 기계모를 압도하고 있으니 벼 포기에서 힘주어 심은 태가 역역하다. 막상 모내기 논을 정하고 보니 논이 너무 커서 도시사람들 일 못하니 염치불구 절반만 때 달라 했더니 논 주인은 사람이 많이 온다면서 논 그거 한 방구 못 심야면서 핀잔이다 그러면서도 논 절반 넘게 이양기가 과잉 친절?을 베풀어 놨으니 해프닝이 벌어 진 것이다. 그러니 듣도 보도 못한 한 배미에 기계모와 손모가 동거하게 된 재미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못 잊혀 나왔다면서 어째 모가 삐틀빠틀 하요공선옥 소설가의 말이다. ”그래도 논주인은 잘 숭것다 합디다만대체나 모는 아이들이 극적거려 놓은 공책 글씨처럼 재멋대로여서 심고 난 다음날인가? 산책 나오신 성선생님네와 논에서 딱 마주쳤는데 아무래도 가지런한 기계모와 비교되는 것이었다.

    모내기는 다소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 못줄을 챙기고 아이들과 그린 농기도 내 걸고 문제는 해가 중천인데도 일꾼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눈 빠지는데 왜만 북장구만 몰려와(사정이 있었다고 함) 아침부터 깬지깬지 깽맥이소리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때 되니 주전들이 속속 들이닥치고 못줄이 한 두 뼘씩 때 나가자 비로소 자세가 잡히는데 마을 주민인 강 총장님과 성선생님등 어른들이 중심을 잡으시고 꼬맹이 일꾼들이 뛰어드니 얼추 모내기 멤버가 짜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못줄 따라 할아버지 옆에 아이들 아이 옆에 엄마 아빠 삼촌 고모 아짐 아제들 줄을 잇는데 예전 식구 많은 집 모내기나 진배없다. “어이하는 못줄 때는 소리와 함께 들은 모처럼만에 자글자글 옛소리를 되찾는다. 역시 논에 풍덩 빠지는 것은 아이들이 먼저였다. 일찌감치 엉덩방아를 찧더니 모내기들판을 금방 놀이판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름하여 땅과 예술 동네아이 승유는 촌놈답게 모내기를 썩 잘하는 것이어서 친찮이 자자한데 한몫을 톡톡히 한다. 부지깽이도 거듣다는 농번기 필자도 들 넓은 곳에서 자랐는데 아이들이라고 열외는 없다. 조무래기들도 못춤지고 잔심부름을 해야 했는데 저 넓은들 언제 다 심을까 그것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어린 눈에는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옥수가 앤만한 마을에서도 조를 짜기는 해도 장정 부인네 합해 십 수 명에 불과한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들을 보며 그럴 때마다 어른들 말씀 눈이 기울르단다하시는 것이었다. 일이란 시작이 어려워도 하다보면 언잰가는 절반도 되고 반에 반도 되고 오늘일도 하다 보니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더딘 법인지 마저 끝내고 못밥먹고 놀자 했으니 마음이 앞선다. 아이들 참견하다만 논 안주인은 아이고 기성해서 못보겠어라우하시며 팔을 걷어붙이는데 오랜만이어서 손에 안 잡힌다. 하면서도 빠른 손속 숨기지 못한다. 잠깐사이에 여러 몫 하시는 것이었다. 주위의 찬사가 쏱아지는대 예전에는 어느 동네나 선수가 있기 마련 모심기 빠르기로 정평이 난 필자의 아버지는 비법이 뭐냐는 주변 물음에외약 손하시는 것이었다. 왼손을 잘 활용해야한다는 말씀 일 텐데 포기를 쥔 손가락을 이용 못줄이 때지는 순간 고르기를 미리 해둔다는 것 요즘은 모판이 촘촘해 잘 때지지 않지만 재래식으로는 가능했던 것이다. 기계는 뿌리에 생채기를 낼 뿐 아니라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다. 논길 가다보니 군데군데 빼 먹은 곳 투성인데도 모른 체하는 세태라니

    모 때우기에도 묘미는 있다. 마치 먹이 활동하는 해오라기처럼 한가로운 농촌풍경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양기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빠뜨린 곳이 보이는데 기계가 이탈하면서 줄을 달리하는 곳에 집중되기 마련인데 하나 둘 셋 넷 그것도 재미라고 없으면 서운타.

     

    용 그림 내 걸었으니 비 좀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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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모내기는 좀 일찍부터 시작 되었다. 토요일마다 만나는 미술시간 일명 땅과 예술(북구문화의집) 마을모정에서 아이들과 엎드려 그림을 그렸는데 농기그리기 수업인 것이다. 요즘 날이 가물어 비 좀 주십사하고 예부터 비를 물고 온다는 용그리기 하면 어떠냐 했더니 드래곤볼도 되요한다. “그래 그것도 용은 용이니까 그런데 그용은 불을 쏘던데?” 별의 별 용이 다 튀어 나온다 황룡 백룡 흑룡 토룡? 이무기 나중에는 용자 들어간 친구들 이름까지 성용이 남용이 점용이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그림도 썩 잘 그리는 박승민(풍향초6)은 오룡 칠룡도 그려 낼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재간둥이들이 그린 용그림을 모내기 들판에 내걸었으니 하늘도 가상타 여겨 먹구름 몰고 와 비리도 흠뻑 뿌려 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늦즈막에 시작된 모내기는 점심을 훌쩍 넘어 끝이 났다. 누군가의 표현대로라면 스타급들이 총출동했다는데 정작 논에든 사람은 얼마 되지 않으니 이는 무효다 구경만하고 못밥만 축?냈으니... 일은 쬐끔하고 대판놀아보자 했는데 상사 소리가 나올 만 한 대목에 농악대는 간데없고 춤꾼 이당금씨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자연을 무대삼아 논두렁에 눞는 것에서부터 그녀의 춤사위는 시작되는데 백지장 같은 무논을 배암처럼 휘감아 건너는 것이었다. 물을 꾸정거리며 그 몸짓 따라 말랑한 땅은 더 달구어질 것인가?

     

    미역지국이 시원할 때다 논가에 둘러 앉아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감독이 들고 온 막걸리에 강정채 총장님이 내신 못밥 담양이어서 빠트리면 서러워할 죽순된장국 항서리조림 밥사발이 어디로 들어 간지 모른다. 초스피드 시대에 이 느린 행보는 무엇일까 굳이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 하지만 컴퓨터 좌판 두들기는 손으로 자연의 속살을 맛 봤을 것이고 공상 로봇 캐릭터에 물린 아이들 논에 풍덩 빠트렸으니 됐다 노는 것도 어떻게 노느냐 일 탠데 그 구실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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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박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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